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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내 차의 운전대를 다른 여자가 잡는다. 게다가 그 차 안에서 사별한 아내의 목소리로 녹음된 대사를 들으며 연기 연습을 한다."
'드라이브마이카'의 기본 스토리 라인은 듣기만 해도 궁금해서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일본 소설, 영화에서나 부여할 수 있는 독특한 설정 및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된 공간 중 하나는 영화 제목 그대로 자동차입니다. 오랜 결혼 생활만큼이나 오래되었지만, 고장 한 번 없었던 차량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아내의 목소리, 이 자체가 바로 '가후쿠'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목소리로 남아 그 차, 즉 가후쿠의 인생을 채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안에 들어온 '미사키', 그녀 또한 상처를 지니고 있었고, 가후쿠의 공간에 들어와 서서히 동화되며, 서로의 상처를 마주 대하고 치유해 갑니다.
영화의 장소적 배경은 히로시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던 장소이기에, 일본인들에게는 상처 투성이인 장소일 것입니다. 한국, 대만, 일본에 살고 있는, 저마다의 트라우마 및 상처를 지닌 연극인들이 모여들어 한 편의 연극을 완성해 갑니다.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힘들어도 결국 '살아가야' 만하는 것이 인생임을 깨달아 갑니다.
각 인물들의 설정과 영화의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패션 등을 살펴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인물, 장소, 등장하는 연극 등의 설정이 지나치게 완벽하고, 위트가 빠진 점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영화가 지닌 특성을 가미한 '일본식' 홍상수 감독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소 영화의 러닝 타임이 긴 편입니다. 3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게 전개되는 부분이 단조롭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등장인물들의 세심한 감정 변화에 시선을 두다 보면, 러닝 타임이 길게만 여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아무리 힘들어도 이어가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위로', '치유'와 같은 고상한 키워드보다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위로, 치유가 이뤄질 사이도 없이 우리 인생은 결국 흘러가고, 우리 또한 어쩔 수 없이 '살아지게' 되는 현실이 씁쓸하고 다소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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