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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번 째 아카나 - 거꾸로 매달린 사람

아카나 의미 설명

 

이 아카나의 이름인 'pendu'라는 단어는 "매달려 있다. ", "늘어져 있다. ". "흔들리다."라는 뜻을 지닌 의미이다. 추가적인 사전 상의 명사로서 주로 '매달려 있는 사람', '늘어진 사람', '교수형에 처한 사람', 등이나 '진자', '시계추'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달려 있고, 걸려 있는 물체는 흔들리거나, 유동적인 뉘앙스를 주다 보니, 더불어 '미정', '미제' 등을 뜻하기도 하고, 걸려 있는 행위에서 파생될 수 있는 '절박함', '망설임'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일 수 있다고 한다. 'pendu' 단어 자체의 뜻을 통해 보다 쉽게 이 열두 번째 아카나를 이해하려면 '펜듈럼(pendulum)'이라는 단어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이지만, 이는 우물을 만들기 위해 지하 수맥을 찾는 용도로 사용하는 도구였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수맥을 찾는다고 할 때, 쉽게 철제 옷걸이를 구부려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엘로드(L-load)를 떠올려 본다면 이해하기 좋을 것 같다. 중세 유럽의 수도자들은 펜듈럼(pendulum)을 늘어 뜨리고 걸어가다가 반응이 나타나면, 그 반응에 이끌려 수맥의 위치를 짐작하고, 마침내 우물을 파낼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과학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무언가를 탐지하는 것을 다우징(dowsing) 이라 하는데, 펜듈럼을 통해 다우징을 진행할 경우, 좌우로 흔들거리던 펜듈럼이 멈추어지면서 낚시할 때 흔히 말하는 '손맛'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펜듈럼이 흔들리고 멈춤을 반복하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그저 매달려 있는 물체와 같이 수없이 흔들리는 상태를 떠올리게 되면 이 '매달린 사람'이 주는 뉘앙스와 의미를 파악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아카나를 살펴 보면, 서커스 관련 영화나 콘텐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대 복장을 입은 남자가 한글의 'ㄷ' 자 모양 철봉과 같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철봉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달려 있는 이 행위는 고통스러운 행위이다. 스스로 이 행동,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마치 고행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의 고행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해졌었다고 한다. 그중, 이 아카나 속 주인공과 유사하게 기둥 위에 올라가 명상과 기도하는 행위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는 주상 고행이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렇지만,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고행을 하는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고행을 하고 있는지, 이와 달리 어떤 특정한 처벌을 받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카나의 주인공 속 표정과 의미에서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으나, 타로의 지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상담 의뢰인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상담 시 상황에 따라, 이 아카나의 주인공은 고행하고 있을 수 있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타로에서는 이 거꾸로 매달린 사람 카드를 영어로 'Hanged Man'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교수형에 처한 사람'이라는 뜻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마르세유 타로에서는 카드 속 남자의 운명이 다양하게 열려있다. 

 

아카나 속 남자는 두 손이 묶여 있고, 더불어 두 개의 나무에 걸쳐있는 상단의 막대기에 발목 또한 묶여 있다. 곱슬거리는 금발의 머리카락은 땅으로 축 늘어져 있고, 시선은 아카나 바깥 속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무엇인가를 깊게 반성하는 듯한 얼굴 표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 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에 잠긴 것이 아카나 속 주인공의 정서와 더 가까운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그의 표정이 어떻든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아카나 속의 남자가 매우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두 손이 묶여있고, 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남자는 어떤 것도 제 힘으로 스스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가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남자는 거꾸로 매달린 후부터 끊임없이 흔들리며 고통을 받아왔을지도 모른다.

 

고행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어쩌면 그는 자발적으로 매달려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앞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조우하는 '고비'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 말미 암은 고통은 스스로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아카나에서 남자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본다. 하지만 이 위기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찾아왔다면, '새로운 탈출'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즉 이는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치르는 고행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의 고행은 결국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카드 속의 사내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그는 이 통과의례를 치르지 못한다면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상담 시 해석

 

매달림에 의해, 즉 고통스러운 상황에서의 흔들림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적 평정을 추구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사내는 조용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수긍하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신체적 구속 상태에서 타는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아카나 속에서의 황금색 땅이 수맥을 내포하고 있듯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아카나이다.  

 

그를 지탱하고 있는 나무 위 붉게 달아오른 가지의 개수가 12개임을 알 수 있다. 이 아카나의 카드 번호 또한 12인데, 우리는 여기서 타로에 숨겨진 수비학적 상징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12는 곧 아카나 속 남자의 컨디션을 상징하게 되는데, 고대 영국의 시에서 불사조는 태양과 함께 깨어나 열두번 몸을 씻고 열두 번 샘물을 마시며 매 시각 날개를 퍼덕인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바로 활기를 뜻한다. 이 활기를 딛고, 상담자가 새롭게 태어나길 조언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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